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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복잡한 홍콩 속에서 피어나는 고독과 사랑의 이야기 ‘중경삼림‘

by 허공중9 2024. 10. 19.
중경삼림 포스터

– 우연과 만남이 교차하는 홍콩의 밤

여러분, 이번에 제가 소개할 영화는 1994년에 개봉한 ‘중경삼림’이라는 작품이에요. 홍콩 영화 하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작품인데, 이 영화는 정말 한 번 보고 나면 계속 생각나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감독은 왕가위, 배우로는 금성무, 양조위, 왕페이, 임청하 같은 굵직한 배우들이 출연해요.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나뉘어 있는데, 각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면서 연결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경찰 223호, 즉 금성무가 연기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연인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게 돼요. 그 상실감에 젖어드는 모습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헤어진 날부터 매일 만약 그녀가 돌아올까 봐 기약 없는 기다림을 시작하는데, 그 사이에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는 그 시간을 매일 같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는 것으로 채우죠. 그녀가 좋아하던 유통기한이 임박한 통조림을 모으면서 그녀가 돌아오길 기대하는데, 그런 행동은 어쩌면 그가 아직도 그녀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상징일 수 있어요.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금성무의 외로움과 쓸쓸함은 대단히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그는 어느 날 바에서 임청하가 연기한 금발의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 여인은 마약 밀수 조직과 얽혀 있는 위험한 인물인데, 그녀 역시 어떤 상실감에 빠져 있는 상태에요. 두 사람은 술을 마시고, 서로의 상처를 어렴풋이 공유하는데요. 이 영화의 매력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죠. 두 사람의 만남은 굉장히 짧고, 서로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영원처럼 다가옵니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그 짧은 교감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는 느낌이랄까요. 이 부분에서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이 빛을 발해요. 이 만남은 우리에게 소중한 관계가 어떻게 순간의 교감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경찰 663호, 양조위가 연기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항공 승무원이었던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나서, 그녀가 남기고 간 것들에 대해 집착하게 됩니다. 이별 후에도 그의 일상은 변하지 않아요. 그녀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 안의 모든 물건들, 특히 그녀가 두고 간 물건들에 끊임없이 말을 걸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여기서 왕가위 감독의 연출은 일상의 코미디와 깊은 고독을 절묘하게 섞어냅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 다른 주요 인물은 왕페이가 연기하는 패스트푸드점의 직원이에요. 이 직원은 경찰 663호를 짝사랑하면서 그와 엮이게 됩니다. 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메뉴를 기억하고, 그가 자주 오가는 시간에 맞춰 그의 음료를 준비하며 그를 주시하죠. 그리고 몰래 그의 집에 들어가 그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그의 집을 정리하고 바꾸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점점 그와 가까워지려는 마음을 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도우려 하죠. 왕페이의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발랄하고 자유로운 성격이지만, 어딘가 허전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죠.

두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고독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이 더 밝고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왕페이가 집에 들어가서 그의 삶을 바꿔 나가는 장면들은 유쾌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정을 줍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경찰 663호가 왕페이에게 새로운 관계를 제안하며 끝나는데,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가능성은 우리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굉장히 미묘한 감정선들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도시 속에서의 고독과 만남,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홍콩의 복잡한 거리와 번잡한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듯하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우리 삶 속에서의 우연한 만남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 고독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도시의 이야기


‘중경삼림’은 정말 독특한 영화예요.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이야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점은 그 감정의 미묘함과 홍콩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 영화는 마치 도시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 같은 느낌이에요.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홍콩이라는 복잡한 도시에 갇혀 있지만, 그 속에서 소소한 만남과 교감을 통해 치유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죠.

우선 좋았던 점을 이야기해볼까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왕가위 감독의 연출입니다. 그의 연출은 한마디로 감각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속에서 사용된 카메라 워크나 음악, 그리고 인물들의 대사가 마치 시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특히, 경찰 663호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그의 물건을 바꾸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어요. 왕페이의 발랄한 성격이 집 안을 생동감 있게 바꾸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 역시 그 변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특히 ‘캘리포니아 드리밍’ 같은 노래는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각 캐릭터의 감정을 극대화해주죠.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그 장면의 감정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어요. 스토리 전개가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 영화는 굉장히 감성적이고,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다 보니 일반적인 관객들이 느끼기에는 약간 지루할 수 있어요. 특히,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가 분리되어 있어서 집중하지 않으면 내용이 흐려질 수도 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느린 전개가 오히려 영화의 감성을 더 잘 살려주는 부분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또한, 이 영화는 홍콩이라는 도시 자체를 하나의 캐릭터처럼 그려내고 있어요. 영화 속에서 홍콩의 복잡하고 번잡한 거리들은 인물들의 감정선과 어우러져 마치 무대처럼 작용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거리 속에서 인물들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에요. 그 장면들은 마치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그 스침 속에서 얼마나 많은 우연한 만남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하죠.

결론적으로, ‘중경삼림’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외로움을 극복하고, 관계를 맺어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꼭 한 번 감상해보세요. 여러분도 아마 저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